원래 그랬다. 돌다리도 진짜 두드리며 건너던 꼬맹이였고, 커서도 제품 하나하나 비교해서 꼭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사는 습관이 생겼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한 것도 내 습작 하나하나 확인하고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서른둘. 만 30세가 되어서야 새차, 신차로 내 차를 사게 되었다. 기간은 2년 4개월, 그 동안 정말 많이 전시장을 찾고, 시승을 했다. 그 기간 포스팅한 후보 차종만 14대. 셀토스서부터 지금 내 차까지, 정말 열심히 알아봤다. 살면서 이렇게 크게 나한테 돈을 써보는 것도 처음이다.
평범할 수도, 이상할 수도 있는 서른 살의 하루.
(차를 사기 위해 준비해온 기간들, 마음들, 정보들을 담았다.)
내 차를 고르기까지.
꼬맹이때부터 차를 좋아했다. 아빠차에서 무서운 삼국지 라디오를 들으며 아침에 유치원을 가던 그때부터, 아빠 대각선 뒷자리가 아닌 아빠 옆자리에 앉고 싶었다. 아빠가 보는 걸 함께보며 옆에서 장난감 핸들이라도 돌리고 싶었다.
중학교가 되어서는 그림을 그렸다. 초등학교 때 그림을 잘 그려서가 아닌, 명탐정코난에 나온 차가, 캐릭터가 좋아서 그림을 그렸다. 어느덧 아빠의 검정 렉스턴은 내 차가 되었고, 아빠와의 추억이 담긴 그 차를 떠나보냈다. 주말이면 어디던 가던 그 차. 어쩌면 내 첫차였다.
그렇게 정신없이 살다보니 20대 중후반이 되었고, 언제나 그랬듯 나는 차를 좋아했고, 레이싱도 꽤 좋아하는, 운전을 좋아하는 어른이 되어있었다. 회사는 저멀리 강남 끝자락. 집은 강북 중간 쯤되다보니 차가 필요했다. 주중에는 회사, 주말에는 미팅을 다니려니 더더욱 팔요해지는 찰나, 나는 폭스바겐 골프를 알게 되었다. 명탐정 코난에서 브라운 박사가 타던 그 회사의 차. 비틀이란 자동차를 단종하며 광고를 내던 이상한 방법의 마케팅을 하는 회사. 비틀을 이을 최고의 국민차 골프를 알게 되고, 열심히 중고 매물을 찾았다. 신차가 안나오는 7세대 단종시기이기에 더 좋은 차를 찾으려 플랫폼들을 하나하나 다 찾아보았다. 그렇다가 운좋게 40주년인가, 50주년 에디션 제품을 찾았다. 얼마 후 그차는 내 여자친구의 차가 되었다.(?) 결론이 좀 이상하지만, 여자친구가 차를 샀다. 여자친구와 카플을 하며 자연스럽게 2년 정도 내 차처럼 재미있게 타고 다녔다. 코로나로 인해 내차 구매의 꿈이 잊혀질때 쯤, 코로나가 끝났다.
코로나 때부터 열심히 리서치를 해댔다. 자동차 아이쇼핑, 윈도우쇼핑에 미쳐 있었다. 그렇게 다시 한 번 블로그를 운영해왔다. 좋아서 하다보니 새벽에도 포스팅을 하고, 어느덧 10만명이 방문해서 내 글을 읽어주었다. 알던게 좋다는 말처럼 골프가 너무 좋아 골프GTI를 알아보았다. 150마력 디젤이 이정도인데, 245마력의 가솔린은 어떨까? 고민 끝에 소심한 나한테 소홀했던 딜러가 싫어 BMW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M135i, X1, 320i. 사실 알고 있었다. 후륜이 얼마나 재미있을지, 3시리즈는 어떤 차일지. 이미 같은 세그먼트에 견줄차는 없었다. 오히려 골프GTI가 눈에 밟혔다. 그래도 다른 차를 타보고 싶고, 첫 고급승용차, 후륜 구동, 프리미엄 브랜드를 타보고 싶었다.

그렇게 첫 차가 나왔다.
예약 후 2달 가까이 기다렸다. 5월이 지나 6월이 되고, 예약해둔 브루클린그레이에 꼬냑 시트 옵션의 차가 들어오지 않았다. 이왕이면 M50주년 엠블럼이 달린 브루클린그레이가 타보고 싶었다. 없었다. 1순위인데 없었다. 그렇게 시무룩한 나에게 3시리즈투어링 블랙과 320i M스포츠패키지 흰색 차를을 매칭해줬다. 흰색은 타봐서 다른 색상이 타고 싶어 3시리즈투어링으로 예약을 돌리려했다. 마침 짐도 꽤 많이 옮기는 편이라 트렁크는 마음에 들었다.
또 하루가 지났다. 급하게 연락이 왔다. “320i MSP 검정 재고 나왔어요!” 사실 2순위였고, MSP가 빠진 투어링은 아쉬웠다. 바로 인수하기로 했다. 그렇게 6월 중순 내 차를 받으러갔다.
첫 차를 만나는 순간
수령하기 전날, 퇴근하자마자 급하게 달렸다. 딜러 몰래 내 차를 보러갔다. 아직 실내 비늴이 그대로 있었지만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날 새벽에 겨우 잠이 들었다.
아침이 되고, 미리 휴가를 써서 12시까지 푹 자고 일어났다. 머리까지 세팅하고 택시에 탔다.
도착해서 아래로 내려갔고, 출고 이벤트와 차량 설명 후 운전을 시작했다. 힘도 좋고 부드러웠다. 이전에 시승해본 F바디와는 달랐다. 틴팅(썬팅)이 덜 말라서 창문을 열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주유소로 갔다. 우리 동네는 이상하게 바로 옆 셀프 주유소보다 주유를 해주는 주유소가 더 저렴하다. 창피하지만, 주유소에 도착했고 썬루프를 열었다. “아직 창문을 못 열어서요.. 휘발류 주유해주세요..!” 주유소 아저씨께서 고급류를 넣을 것인지 물어보셨다. 권장은 옥탄가 95지만, 일단.. 일반유를 넣었다. 머리 위로 카드를 받고, 다시 출발했다. 첫 날은 몰랐다. 이렇게 재밌는 차라는 걸.
달려보니
이제 160km를 달렸다. 주말에 북악스카이웨이를 달렸다. 아직 길들이기 중이라 4500rpm이 넘지 않게 조심히 운전했다. 그래도 코너링이 더 빠르고 핸들을 비교적 골프보다 덜 돌려도 많이 회전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운전하고 싶어서 잠 못드는 밤을 보내고 있다.

달릴 때는 볼 수 없었던 모습들이 주차하고 눈에 들어왔다. 파란 레이저 램프의 시그니쳐는 레이저 램프가 빠진 지금 더욱 눈에 띄고, 어딘가 올드해보이던 굴곡진 헤드램프는 일자로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BMW 쿠페형 차량들의 공격적이고 납작한 모양이 아니라 더 마음에 들었다. 내 취향은 도톰하고 견고한 리어인 것을 깨달았다.


M은 아니지만, 그 냄새는 느껴지는 MSP에도 M엠블럼이 있었다.

공격적인 하단범퍼 디자인은 사실 그레이나 화이트 컬러에서 과하다고 생각했는데, 블랙은 마치 블랙잉크 에디션처럼 단조로운듯 하지만, 사실 약한척하는 운동선수 같았다. 램프를 빼놓고, 블랙과 블루 조합이 3시리즈의 안좋은 이미지를 조금은 고급스럽게 바꿔준 듯 하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자동차는 주행질감이나 성격만이 아니다. 고무마감까지 깔끔하다. 신형 그랜저 전시차를 볼 때, 창 안쪽에서 정리가 덜 된듯하게 보이던 고무몰딩에 당황했는데, 이런 사소한 차이가 있을 줄은 몰랐다.

MSP부터 키드니 그릴 테두리에 크롬이 빠지고, 블랙으로 바뀌었다. 블랙에는 개인적으로 일반 엠블럼이 좀 더 조화로워보인다.
3대 명차
3대 브랜드는 벤틀리, 롤스로이스, 마이바흐이다. 명차는 조금 다르다. 좋은 성능과 가격, UX를 만들어줄 최고의 자동차는 딱 세 대. 그돈씨라는 헛소리도 차알못이 아니라면 하지 않는 세 대의 차. 골프, 3시리즈, 포르쉐911이다. 골프는 여자친구 덕분에 경험했고, 내 첫차로 3시리즈를 경험하고 있다. 앞으로 한 대 남았지만, 지금 차도 잘 관리해 오랜 시간 함께해볼 예정이다.


누구에게나 첫차는
첫사랑, 첫직장, 첫연애. 첫 번째에는 그 만큼 기대와 설렘이 있다. 어떤 차를 타던, 첫 차를 아끼고 좋아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다. 온전히 내 첫 차는 개인적으로 약간 늦었지만, 기대하고, 고르고 고른 끝에 선택했다. 시트는 밝은 브라운에 외장은 검정. 사실 처음타본 아버지의 렉스턴과 같은 조합이다. 뒷좌석에는 가족아 탈 수 있어야 했고, 트렁크는 꽤 넓어야 했다. 그 정도는 모두 만족하고 재미까지 있는 차다. 앞으로 계속 관리하며 함께할 수 있는 반려차로 함께할 예정이다.
여러분들 궁금해하는 것
차는 5900만원이다. 30만원 저렴해지면서 급정거시 문과 창문이 잠기고, 안전벨트가 몸을 조이는 기능은 빠졌다. 6월이라 할인이 꽤 있었고, 기본 3종 빼고는 딱히 바란게 없어 할인이 많았다. 약속을 지키고 주기적으로 연락해주고 정보를 준 딜러분 덕분에 기분 좋게 차를 살 수 있었다. 이전 브랜드의 딜러와는 차이가 있었고, 차를 산다는 경험 자체가 행복할 수 있었다. 한 달 이상을 기다리고도. 그래서 딜러분한테 선물을 했다.
첫차로 외제차를 산 것은 골프를 타고, K5도 타보고 다른 국산차를 비교해보니, 예민한 나에게 주행질감은 꽤 큰 선택요인이었다. 굳이 5000만원 대를 주고 남의 그돈씨에 맞추기 보다 내가 원해서 그돈주고 4-5년 타고 팔아버릴 차를 사지 않았으면 했다. 그리고 살면서 꼭 타 볼 세 차 중 한 대를 경험해보고 싶어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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